휴일인 3일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추동공원. 이 공원은 산 정상에 꾸며져 있어 젊은 사람들도 입구에서 오르는데 30~40분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이 곳 공원에서 야윈 얼굴의 80대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50대 남자에게 맨손체조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팔에 힘을 주고 이렇게 높이 올려야해. 내릴 땐 다리에 힘을 꽉주고 알았지”
할머니는 맨손체조 동작 하나하나를 온힘을 다해 직접 해보이며 따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애인인 이 남자는 맥없이 흉내만 내는 것 같았다.
맨손체조가 끝나자 할머니는 또다시 남자에게 공원 주변을 돌라고 엄하게 주문했다. 얼마 뒤 할머니는 남자를 불러 벤치 옆자리에 앉히더니 낡은 바지 호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줬다.
이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40대 남자가 할머니 곁에 다가가 사연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큰 아들입니다, 4년전 교통사고로 뇌와 몸을 많이 다쳤고 그 뒤로 혼자가 됐답니다.
처음에는 저것이 제대로 서지도 못했는데 제가 몇 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운동을 시켰더니 이제는 저와 함께 산에도 오른답니다. 제가 힘이 남는 날까지 열심히 운동을 시켜볼 생각입니다”
〈이상호기자 shl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