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임은순 |
작성일 |
2009-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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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반쪽을 찾아서 다문화 어린이 캠프] ①인도네시아 가족상봉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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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반쪽을 찾아서 다문화 어린이 캠프] ①인도네시아 가족상봉 현장
뿌리의 반쪽을 찾는 다섯 어린이의 ‘도전’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인 어머니를 둔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어머니와 함께 외가댁을 방문하며 ‘엄마의 나라’를 알아가는 열흘간의 장정에 나선 것이다. 자카르타·반둥·족자카르타·솔로·수라바야 일대를 돌아보게 될 이번 행사는 한국-인도네시아친선협회(회장 윤해중) 주최로, ‘다문화 어린이 청소년 글로벌 캠프’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한국 국적을 갖고 한국인이란 생각으로 살아가지만,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 가장자리로 내몰리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 과연 이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다섯 어린이의 ‘희망찾기 대장정’을 동행취재한다.
“엄마의 나라가 늘 궁금했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외가댁 식구들도 만나고 싶었고요. 직접 보고 느끼면서 많은 걸 담아 갈 거예요.”
12일 오후 10시(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 하타 공항. 인천공항에서부터 7시간에 이르는 긴 비행에도 어린이들은 전혀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핏줄의 절반을 채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오히려 동심을 들뜨게 했다. 숨을 틀어막는 후텁지근한 열대의 기후도 그들에겐 또 하나의 즐거운 체험거리였다.
‘…글로벌 캠프’는 외국인 어머니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함께 외가 방문을 한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국내 다문화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맞벌이 등으로 인해 외가 방문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면서, 이러한 가정의 어린이들이 바른 정체성을 갖는 데 큰 장애를 겪기 때문이다. 공모를 통해 이번 여행에 참가한 네 가족도 길게는 10년 이상 외가를 방문하지 못했다.
찾는 이의 설렘만큼 기다리는 가족의 간절함도 컸다. 수카르노 하타 공항 입국장을 나서는 순간, 젊은 인도네시아 여성 한 명이 최규호 군(경기도 의왕 오촌초 5년)과 최 군의 어머니 리나 씨(39세)에게로 달려와 안겼다. 행사 나흘째 날 외갓집 방문 일정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카르타까지 차로 2시간여 거리에 있는 반둥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최 군의 이모 젠드라야느 씨(22세)였다. “이모, 안녕하셨어요?”라며 수줍게 인사하는 최 군을 향해 젠드라야느 씨는 “그래 그래, 많이 컸구나, 우리 규호”라며 연방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족 상봉의 감동은 숙소인 그랜드 트로픽 호텔로 이어졌다. 호텔에는 나머지 세 가족의 외가식구들이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딸 정민서 양(6세)과 함께 고향을 찾은 울란 씨(경기도 오산·31세)는 어머니 수미야디 씨(65세)와 언니 디야 씨(41세)를 보자마자 눈가를 촉촉이 적시며 깊은 포옹을 나눴다. 박수진 양(경기 과천초 2년)은 어머니(제니·42세)가 외삼촌(도구·46세), 이모(프리실라·20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엄마가 이렇게 좋아하는 건 처음 본다”며 “외가식구들과 가까이 지내며 보고 싶을 때마다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송이·대성 남매(이상 경기 안산 정지초 3년·1년)는 손자·손녀가 보고 싶어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외할아버지 수다르민 씨(56세)의 말에 “외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캠프에는 중·고·대학생들로 구성된 9명의 ‘한문화가정’ 학생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행사가 아직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 다문화가정 친구들에게 가졌던 우리의 선입견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벌써부터 깨닫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윤해중 회장은 “다문화성이 미래사회의 경쟁력임을 알게 해주는 데 이번 여행의 의미가 있다”며 “인구 2억에 방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찾아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방문단은 앞으로 현지 학교 방문과 문화유적지 탐방, 외가 방문 등의 프로그램을 마친 뒤 오는 22일 귀국한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2009-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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