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개 마을이 닭 1800마리로 함께 초복 잔치>
전북 완주군 삼례읍 주민들-"마을분위기 좋아져 살맛나요"
복날 쓰라며 읍에 병아리 1800마리가 기증되자, 읍내 양계농가와 수의사 등이 사육을 맡았다. 독지가는 사료를 기증했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 63개 마을과 사회복지시설들은 3개월간 길러진 닭들을 잡아 초복인 15일 잔치를 벌였다. 복 잔치는 올해로 3년째이다.
병아리를 기증한 사람은 양계농가 김동진(50)씨. 김씨는 2003년 750마리, 작년에는 1300마리를 읍사무소에 보내왔다. 김씨는 “병아리를 봄에 새로 넣으면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조금씩 더 샀고, 주민들이 좋아해 마릿수를 늘려왔다”고 말했다.
읍사무소 직원들은 병아리들을 기르기 위해 재작년 4월 읍내 공터 400여평에 80여평의 간이 계사(鷄舍)를 지었다. 양계농가 이승구(56)씨, 수의사 이기하(48)씨 등은 수시로 이곳을 오가며 닭들을 돌봤다. 읍은 사회복지시설과 마을들에 이 닭을 20~30마리씩 골고루 나눠주었다.
마을 이장과 부녀회원들은 15일 낮 정자나 마을회관 공터에 가마솥을 걸고 불을 지폈다. 김치를 새로 담갔고, 풋고추 깻잎 상추 등 싱싱한 채소로 반찬도 만들었다. 삼례농협은 모내기와 밭일로 지친 조합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술 등 음료를 보냈다.
삼례읍 청등마을 이장 윤정원(60)씨는 “부모를 두고 객지에 나간 이들이 돈을 보태와 보신탕도 곁들였다”며 “사라졌던 복 잔치가 되살아나면서, 마을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고 말했다.
송창섭 읍장은 “주민들이 단합하면서 지난 설날에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쌀을 20㎏들이 620포대나 모았었다”며 “세상 살맛 난다”고 자랑했다.
2005.7.16 조선일보 김창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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