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김수연 |
작성일 |
2005-6-25 |
|
| e-mail |
|
|
| 제목 |
사과나무 |
|
사과나무 1.
기다림이 있는 풍경 하나.
아는 여자를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야구선수는 가슴사진을 찍었는데 다른 환자와 필림이 바뀌면서 폐암으로 판정을 받았습니다. 운동선수고 혼자사는 사람으로서 죽음을 기다리기 너무 힘들어 하는 그는 “아는 여자”에게 시한부 인생이 되면 넌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여주인공은 굳이 왜 기다리느냐고 합니다.
안 기다리고 죽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주인공은 폐암인 자신에게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마라톤대회에 참가합니다. 달리다 죽겠다는 마음으로....
그렇지만 주인공은 대회에서 일등인지 몇등인지는 몰라도 김치냉장고까지 상품으로 받아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인생이 달라지면서 지금까지 삶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오진이었고, 죽음만을 기다렸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당황해 합니다. 죽으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재산을 털었고, 야구선수인 그의 직업세계에서는 할 수 없는 구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파울볼을 잡은 그는 관중석으로 볼을 던지는 일탈행위를 한 후“너무 궁금해서 해봤어요”라는 말을 태연하게 던질 수도 있었습니다. 죽음이 주는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삶의 사과나무를 심으며, 인생을 다시 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의 삶은 이어지고 자신을 짝사랑 하는 여인과 새로운 삶?시작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죽음을 기다린다는 것!
세상을 살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 눈앞에 있더라도 오늘 하루를 그냥 사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기다림이 있는 풍경 두울.
누구에게나 죽음은 옵니다. 인생자체가 죽는 순간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죽음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죽어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는 집안의 불행 때문에 죽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세 번의 자살을 시도하였습니다. 수면제를 모아서 먹어 보았고, 바다 한가운데서 그냥 내렸고, 동맥을 끊어도 보았지만 그때마다 발견되면서 자신은 죽을 팔자가 아닌 것 같다며 사는 것으로 마음을 돌린 친구가 있었습니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지만 그래도 주어진 만큼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그 때 한 것 같습니다.
그즈음에 “불꽃의 여자”라는 시몬느 베이유의 삶을 읽고는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살아나가는 모습은 한 번 사는 인생인 내 삶의 모델로 따른다고 해도 초라하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세상의 부조리와 굶주리는 이들이 있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 세상을 독하게 살기에는 너무 맑은 영혼이었나 봅니다. 그녀의 삶을 동경 했던 저는 이 대목에서 나 자신의 평범함을 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위선자들에 대한 비관과 허무주의에 빠져 있어서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였지만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며 죽음만을 생각하고 미리 죽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사과나무를 심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친구가 죽지 않고 무사하게 살아 있는 모습 속에서, 그리고 시몬느 베이유 같은 여자가 좀 더 살아서 자신의 사상을 나누어 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주어진 수명만큼은 의미없어 보이는 사과나무를 심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사춘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니/ 행복한 마을에서(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