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의 꽃, 어느 수피마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막인 사하라에 이슬람 수행자들인 수피들의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의 수피들은 가톨릭 수행자나 불교 수행자처럼 독신으로 살지 않고 모두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가족과 함께 수도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엔 일반 세속인들의 마을과 다름없습니다.
이 마을의 자연 환경은 매우 척박하고 황량합니다. 이십세기 후반 이후 사하라의 기후는 갈수록 혹독해지고 있습니다. 비가 너무 적게 와서 오아시스의 샘물과 나무들이 갈수록 줄어갑니다. 이 수피 마을 주변도 마찬가집니다. 사람들은 나무도 몇 그루 없는 거칠고 메마른 모래땅에서 작은 샘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사막에 듬성듬성 난 풀로 염소와 양과 낙타를 기르는 게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생업입니다.
그들의 집은 천막이고 가구도 없습니다. 살림이라곤 생활에 꼭 필요한 도구들 뿐 입니다. 참으로 소박하고 조촐하게 삽니다.
사하라에는 다양한 부족들이 흩어져 삽니다. 이 척박한 사하라 땅에도 빈부의 격차가 심합니다. 가축이 재산인데 어떤 집은 천 마리가 넘은 가축을 소유하고, 어떤 집에는 몇 십 마리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부유해지려고 애씁니다.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싸움도 합니다.
해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좀 더 부유하?살고 싶어서 고향을 떠나는 것인데, 합법적으로 이민가는 게 아니고 대부분 밀입국입니다.
사하라는 중남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밀입국 통로입니다. 많은 이들이 사하라를 건너 모로코나 알제리, 튀니지 등을 거쳐 유럽으로 갑니다.
그런데, 밀입국자 대부분이 사하라를 통과할 때 토박이들한테 많은 돈을 털립니다. 어렵게 마련한 여비 중 상당액을 털리고 숱한 고생을 합니다.
수피마을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안달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궁핍하지 않게 골고루 함께 나눕니다.
그들은 더 좋은 땅을 차지하려는 욕망도 없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이지만 그들의 땅에 감사하고, 땅을 주신 하늘에 감사하며 삽니다. 또, 그 땅에 사는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지극히 소중하고 귀하게 여깁니다. 그들에겐 모든 생명이 하나의 생명에서 비롯된 형제자매입니다. 사하라의 생명 뿐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이 가족입니다.
9.11사태이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간에 미움이 한껏 증폭했을 때, 미국인 기자 몇이 이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마을 어른들이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한 형제입니다. 기독교의 하느님, 이슬람의 하느님께서 따로 계신 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선 만물에게 사랑을 주시고 평화를 주시는 분입니다. 만물을 사랑하고 만물과 평화를 나누는 이면 누구나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미워하고 싸우고 평화를 깨뜨리는 이는 참된 기독교인도 이슬람교인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입니다.”
수피마을 어린이들은 모두 함께 어른들을 도와 가축을 기르고 물을 긷습니다. 어른들로부터 경쟁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모두 행복하게 사는 지혜를 배웁니다. 그들은 부자나라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자기네 마을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 여깁니다. 세상과 우주의 중심에서 산다는 자부심으로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습니다.
또, 이 마을 사람들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낯선 이라 해도 정성껏 보살펴 줍니다. 어린이들도 그것이 몸에 뱄습니다.
쌩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불모의 땅 사하라는 모두 성자처럼 사는 수피마을이 있기 때문에 저에겐 너무나 아름다운 땅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의 영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과 같고, 그 꽃에서 피어오른 향기가 매일매일 사막 너머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hani.co.kr/ 행복한이야기/ 글/ 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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