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는 부모가 만든다
초·중·고 폭력조직 ‘일진회’ 소탕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육당국도, 학교도 미덥지 않다. 우리 아이의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학기초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친구 사귀기이다. “우리 아인 친구들을 때리기만 해요.” “맞고만 와서 걱정이에요.” “낯선 사람 앞에선 말도 잘 못하는데.”
예전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인기도 많고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지난해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네트워크 지수와 사회성 지수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최근 4~8살 아이들이 참여한 설문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는 재미있고 잘생기고 양보를 잘하는 어린이가 좋은 친구로 꼽혔다.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 사회성. 각 가정에선 어떻게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도와줄 수 있을까.
#자아존중감을 키워주라
인기많은 아이들은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이 높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에게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사람’이라는 자아존중감을 심어주니 실제 그 아이는 말이나 행동도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 됐다. 그렇다고 세뇌교육은 곤란하다.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거나 식사나 숙제를 하는 중에도 은연중 엄마의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왕따 아이들의 특징은 이와 반대 상황에서 비롯된다. 자존감이 무척 낮다. ‘너는 그것밖에 못하니’ ‘아이구,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같은 이야기만 한다면 그 아이의 자존감은 회복되지 않는다.
집에서 부모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밖에서도 사랑받는다는 것을 잊지말자. 칭찬과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해야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의 나아진 점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
심리학자, 상담가 등 전문가들은 “요즘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잘하고 적극적인 반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적고 산만하며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말한다. 친구들과의 불화로 유치원에서 ‘퇴학’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흔히 사회성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과 잘 사귀는 사교성만을 생각하지만 공공질서를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등 세가지 요인이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
#부모를 보고 사교의 기술을 배운다
가족과 함께 보드게임이나 윷놀이, 체스 등 규칙이 있는 게임을 하면 규칙준수 능력이 키워지고 대화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축구나 농구, 인라인 스케이트 등 가족과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끼리 운동프로그램에 참여시키면 운동을 하면서 친해진다. 방학때는 캠프나 집단활동에 참여시키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닮는다는 것. 부모가 먼저 부부간에 대화를 많이 하고, 내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가 너무 내성적이라면 친구 사귈 때에 부모가 도와준다. 친구를 집에 초대하거나 사귀고 싶어하는 친구에게 데리고 가서 “너랑 사귀고 싶어하는데 우리 애하고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래?”라는 식으로 소개해 준다.
“넌 왜 수줍음을 많이 타니? 적극적으로 나서라”라고 반복하면 점점 더 “나는 원래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말은 피해야 한다.
사교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아이들 중 지능이 낮거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불안장애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도 적지 않다. 오래 지속되면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가능한 한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경향신문 2005.03.14 15:50:04/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
